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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쫌쫌따리

‘쫌쫌따리’는 친구인 듯 보이는 두 사람의 SNS 글이 퍼지면서 유명해졌다.     한 친구가 “닭뼈에 살이 너무 없긴 하지만 그래도 맛있다”는 내용의 글을 올리자 또 다른 친구가 약 올리듯 이런 댓글을 붙인다. “니가 뼈에 쫌쫌따리 붙어 있는 거 긁어서 티끌 모아 태산 맛 느끼고 있을 때 난 질겅 양념 제대로 느끼고 있다.”   의성어인지 의태어인지 잘 모르겠지만 일단 그 쫀득한 어감에 재미를 느낀 MZ세대는 닭뼈에 붙은 살처럼 ‘매우 적고 하찮은 양’을 말할 때 이 단어를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뒤늦게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표현에 무게를 두고 ‘조금씩이지만 그래도 열심히 노력하는 모습’이라는 긍정의 의미로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자기계발을 위해 글쓰기 또는 외국어 공부를 시작한 친구에게 “쫌쫌따리 해!” 외쳤다면 “천 리 길도 한 걸음부터니 열심히 해”라는 응원이다. 주린이(주식 초보자)에게 “쫌쫌따리 투자해”라고 했다면 “로또 따위 기대 말고 소소하지만 확실한 종목에 투자하라”는 조언이다.   1996년 남성듀오 ‘클론(구준엽·강원래)’이 발표한 명곡이 있다.  여전히 전주만 들어도 전 국민이 어깨춤을 추며 흥을 폭발하게 되는 노래 ‘꿍따리 샤바라’. “마음이 울적하고 답답할 땐 산으로 올라가 소릴 한 번 질러봐 나처럼 이렇게 가슴을 펴고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 누구나 세상을 살다 보면은 마음먹은 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어 그럴 땐 나처럼 노랠 불러봐 꿍따리 샤바라 빠빠빠~.”   꿍따리든, 쫌쫌따리든, 식빵이든, 지치고 힘들 때 활력을 불어 넣어줄 주문 하나씩 가져보는 건 어떨까. 서정민 / 중앙SUNDAY 문화부장밀레니얼 트렌드 사전 주식 초보자 외국어 공부

2023-04-24

[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의 미래

21세기를 학자들은 정보화시대라고 명명하고, 21세기는 문화의 세기라고 불러왔습니다. 그러나 정보화라는 말이 속도의 다른 말이었음을 새삼 느낍니다. 인터넷은 시공을 초월하여 생각지도 못한 세상으로 내달리고 있습니다. 가상현실이나 메타버스, 인공지능은 현기증을 일으킬 정도입니다. 언어교육은 정보화를 이념보다는 기술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하지만 가상현실, 메타버스, 인공지능은 기술이면서 동시에 이념입니다. 즉 이데올로기입니다. 최신의 도구를 활용하여 또는 새로운 도구의 장점을 받아들여 언어교육의 이념을 디자인하고 추구하여야 할 때입니다.   정보화 시대가 우리에게 준 혁명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시공을 넘어섬으로써 우리는 그전에 바라보지 못한 세계를 쉽게 건너가게 되었습니다. 내 속에 갇혀있던 사고가 넓어지고 있는 겁니다. 하나 됨을 강조하는 일률성에서 다름을 인정하는 다양성으로 방향이 바뀌고 있는 겁니다.     언어 교육에서 영어라는 국제적 통용어의 위력은 이제 약화할 것입니다. 인공지능은 쉽게 영어의 위력을 허물 수 있습니다. 대신 다양한 언어에 대한 호기심과 접근을 이루어 낼 수 있을 겁니다. 그야말로 힘 있는 외국어가 아닌 나와 다른 언어를 배우고 익히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한국어도 힘 있는 언어가 아니라 배우고 싶은 언어가 되어야 합니다. 매력적인 언어가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산업자본주의 시대에 외국어 능력은 곧 경쟁력이었습니다. 남보다 먼저 배우고 더 잘한 외국어는 취직과 진학에 도움이 되었고, 사업과 학문에 도움이 되었던 겁니다. 평가는 줄을 세우는 것이었으며 1점이라도 남보다 높은 사람이 앞서가는 구조였습니다. 영어는 이러한 언어의 대표였습니다. 그렇기에 많은 사람은 영어를 왜 배워야 하는지 모른 채 학교 수업을 따라갈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더는 외국어는 경쟁의 목표 혹은 도구가 되지는 않을 겁니다. 오히려 외국어는 서로의 마음을 나누는 도구이고, 위로의 도구가 될 겁니다. 달리 말하면 즐거운 소통이 될 겁니다. 수업에서 이루어지는 활동은 협동과 조화의 현장이 됩니다. 외국어를 사용할 때, 실수는 부끄러움이 아니라 즐거움이 됩니다. 따라서 평가도 남보다 잘하는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전보다 어떻게 달라졌는가가 핵심이 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 얼마나 협동하였는가, 그리고 그 과정을 얼마나 즐겼는가가 될 것입니다.     인공지능의 발달은 학문 목적 언어교육의 필요성을 급격히 약화할 겁니다. 당연한 이야기겠지만 쉽게 번역한 책이 앞에 있는데, 몇 년 동안 한 언어를 공부할 이유가 적어지는 것입니다. 반대로 여러 언어를 취미 목적으로 학습하는 열기는 높아질 것입니다. 외국어 공부를 좋아서 하는 시대가 되는 겁니다. 배우고 싶은 언어가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입니다.     한국어가 세계에서 인기 있는 언어가 된 것은 학문적인 목적 때문이 아닙니다. 또한 취업 목적도 아닌 경우가 많습니다. 한국의 노래나 드라마의 영향으로 즐거운 언어 교육이 목적이 된 것입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사람 중에는 한국어 덕분에 삶에 희망이 생겼다는 사람이 많습니다. 우울증을 고쳤다는 사람도 있습니다. 한국어 교육이 언어 교육이 나아갈 길을 보여줍니다.   이제 즐거움이라는 외국어 공부 목적에 맞게 교육과정도 달라져야 합니다. 더 쉽고, 더 재미있는 교재, 교수법, 교사가 필요합니다. 당연히 수많은 교실 활동, 교실 밖 활동에 대한 모색이 필요합니다. 언어 교육의 미래는 즐거움이어야 합니다. 그리고 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마음에 위로와 치유를 주는 과정이어야 합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언어교육 미래 언어 교육 한국어 교육 외국어 공부

2023-03-19

[아름다운 우리말] 글의 마무리와 수정

글을 마무리한 후 자신의 글을 공적(公的)으로 내보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독자들의 반응이 궁금하면서도 두려움이 생기는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글을 활자화하기까지는 최대한 수정하는 과정을 거치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보다 수정할 부분이 많이 보이기도 하고 어처구니없는 실수가 발견되기도 합니다. 교정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저의 경우를 예로 들어서 글의 수정 방법을 설명해 보겠습니다. 너는 우선 제가 쓴 글을 여러 번 읽어 봅니다. 이때 눈으로 읽는 것도 좋지만 가능하면 소리 내어 읽어 보는 것을 권합니다. 특히 저처럼 구어체, 혹은 준 구어체로 말하듯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는 소리 내어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글의 자연스럽지 않은 부분이 금방 발견이 됩니다. 내용도 발견이 되지만 발음이나 문장의 길이, 호흡 등도 눈에 뜨입니다.     때로는 이렇게 쓴 글이 그대로 강의록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말로 할 때 필요한 글이기 때문에 구두로 읽어 보는 과정은 글의 음운적인 측면을 보강해 줍니다. 그리고 읽어 보면 의외로 틀린 부분도 잘 보입니다. 시각과 청각이 합쳐져서 감각을 깨우는 듯합니다. 감각은 합쳐질 때 위력을 발휘합니다. 외국어 공부를 할 때 쓰고, 읽고, 듣고, 말하는 기능을 한꺼번에 하면 훨씬 효율이 오르기도 합니다. 때로는 촉각을 더하기도 합니다.   저는 제 글을 가까운 사람에게 보여주는 편입니다. 활자화되면 고치기가 어렵기 때문에 어차피 다른 사람에게 보이는 글이니 미리 보여주는 것이 좋습니다. 먼저 다른 이의 의견을 듣고 고치는 것이 출판된 후 아쉬워하는 것보다는 훨씬 낫습니다. 보여주는 사람의 의견은 잘 받아들여야 합니다. 의견을 거부할 거라면 보여주는 의미가 없습니다. 보여주고 그 사람의 의견에 기분 나빠할 거라면 보여주지 않는 것이 낫습니다. 다른 사람 의견을 듣고 그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인다는 자세여야 하는 겁니다.   저의 경우는 아내나 아들, 제자, 벗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리고 가능한 한 제 글의 주제에 관심이 있어 할 사람을 선별하여 보여줍니다. 제가 글을 보내주면 맞춤법에 틀린 부분이나 문장의 오류를 지적하여 조심스레 다시 보내오기도 합니다. 고마운 일입니다. 어떤 경우에는 본인이 생각하는 글을 덧붙이기도 합니다. 제가 생각하지 못하였거나 일부러 뺀 부분이 덧붙어 오기도 합니다. 다시 글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됩니다. 수정할 게 많아져서 기쁘기도 합니다.   제 글 중에서 좋은 부분을 이야기해주는 경우도 많습니다. 역시 고마운 일입니다. 좋은 부분을 발견하려면 다른 부분도 읽어야 하기에 저를 이해하는 느낌을 받습니다. 제가 글을 쓸 때 좋다고 생각했던 부분과 의견이 일치하면 기분이 좋습니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한편 뜻밖의 문장을 좋아하는 경우는 제 글을 다시 들여다보게 됩니다. 어차피 글은 독자와의 대화이기 때문에 즐겁게 오가는 글을 읽습니다.   최종적으로 글을 내보이게 될 때는 가능하면 전문가의 교정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출판사나 신문사의 교정, 편집 관계자도 좋고, 어문교정 전문가도 좋습니다. 저는 편집자의 의견을 최대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또한 어문교정의 경우는 제가 놓친 실수를 잡아주어서 고맙습니다.   물론 수정 작업이 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내용이나 표현이 흔들리는 수준이어서는 안 되겠지요. 글의 마무리와 수정을 내 글을 정돈하고 돋보이게 하는 과정이지 내 글을 다시 쓰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만약 내 글의 많은 부분이 달라진다면 이미 내 글이라고 할 수 없을 겁니다. 글을 잘 마무리하여 완성된 글로 세상에 보이는 것은 두렵지만 기쁜 일입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마무리 어문교정 전문가 교정 편집 외국어 공부

2023-02-12

[아름다운 우리말] 우리는 날마다 무엇을 배우는가?

 저는 수요일 저녁에 제자들과 공부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원래는 학교 근처 카페에서 하는 모임이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또는 코로나 덕분에 온라인으로 하게 되었습니다. 코로나 때문이라고 말하는 것은 얼굴을 보지 못하는 모임이 되었다는 아쉬움 때문이고, 코로나 덕분이라고 말하는 것은 지방에 있는 제자나 해외에 있는 제자, 심지어 한창 힘들어하는 미얀마에 있는 제자까지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이 모임에서 그동안과는 다른 공부의 고마움을 새삼 느낍니다. 공부는 모르는 것을 배우는 것이고, 모임은 그것을 서로 나누는 것이기에 좋은 겁니다. 기쁜 것이지요. 그렇지만 내 마음에 따라 공부는 짐이 되기도 하고, 힘이 되기도 합니다. 저는 이 모임을 통해서 더 확실히 그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우리는 공부 모임에서 무엇을 배우는가요? 이 질문에 대한 가장 간단한 답은 물론 지식일 겁니다. 혼자서는 잘 나아가지 못하고 막혀있는 부분이 함께 하면 뚫리는 기쁨을 맛보게 됩니다.   모임을 통해서 단순히 지적인 발전만을 이루는 게 아닙니다. 모임은 나를 내적으로 성장시킵니다. 우리는 서로에게 누구인지? 얼마나 서로를 존중하는지? 얼마나 훌륭한 사람인지를 깨닫게 됩니다.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이 모임의 시작입니다. 그러고 나면 공부모임은 한 단계 더 나아가게 됩니다. 배우는 내용은 어렵고 때로 풀리지 않는 문제가 많지만, 모임 속에 있는 그 시간은 그대로 행복한 시간이 됩니다. 함께하는 사람이 고마운 시간이 됩니다. 공부가 위로가 되는 겁니다. 우리 모임은 언어와 교육에서 시작하였지만 사람을 보고 세상을 봅니다.   요즘 저는 배우는 모임을 몇 개 하고 있습니다. 하나는 지금 말한 언어문화 공부모임입니다. 화요일, 목요일, 금요일 저녁에는 일본어 공부모임을 하고 있습니다. 일본어 수업이기는 하지만 일본어로 세상사를 이야기하는 모임입니다. 외국어를 공부한다는 것은 나의 벽을 허물고 세상을 보는 시각을 넓히는 일입니다. 한국어와 일본어의 비교 때문에 시작한 공부이지만 금세 외국어 공부가 나를 위로합니다. 한국어를 배우는 이에게도 한국어 공부가 위로이기 바랍니다.   일요일에는 국악을 배웁니다. 장구와 민요를 주로 배웁니다. 요즘에는 북, 징, 꽹과리도 배우고 있습니다. 늦게 시작하였기에 초조함이 없습니다. 어차피 느리게 갈 것을 알기에 답답함도 없습니다. 그저 함께 어울려서 나아갈 뿐입니다. 다만 내가 어느 한 부분의 역할만이라도 잘 해내기를 소망하면서 우리 음악을 배웁니다. 그리고 선생님과 함께 국악 치유에 관한 논문도 씁니다. 내가 그랬듯이 많은 이들이 국악을 통해 치유받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한편 틈나는 대로 하는 모임은 걷고 오르기 모임입니다. 참여자가 일정한 모임은 아닙니다. 처음에는 숲 걷기로 시작했던 것이 이제는 좋은 산과 계곡을 찾아 오르기도 합니다. 아내와 둘이 걷는 모임이었는데, 점점 함께하는 사람이 늘고 있습니다. 보통은 네 명 정도가 함께 걷습니다. 처형네 부부, 제자 부부, 친구 부부 등 부부가 주로 많습니다. 아들과 조카도 함께 걷습니다. 숲에게 배우고, 길에게 배우고, 산에게 배우고, 함께 걷는 이에게 배웁니다. 흐르는 땀과 대화가 달콤합니다.   날마다 배우는 날입니다. 나를 귀하게 여기고, 서로를 귀하게 여기는 것을 배우는 시간입니다. 힘들어하는 스스로를 돕는 배움입니다. 귀하지만 때로는 가여운 나를 돕는 배움입니다. 귀한 마음으로 벗을 돕게 되는 배움입니다. 나를 대하듯이 남을 대하게 되는 시간입니다. 나를 위로하듯 그를 위로하고, 나를 칭찬하듯 그를 칭찬하고, 나를 사랑하듯 그를 사랑하는 오늘입니다. 배움을 통해서 나의 그릇이 커지기 바랍니다. 세상에 대한 이해가 커지기 바랍니다. 그래서 오늘도 더 살고 싶어지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공부 모임 한국어 공부 외국어 공부

2022-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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